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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오면
수박 먹자...
그러는 편인데
올해는 이상하게 수박 맛이 별로.
왜 그럴까.
어느 때 못지않게 엄청 더웠는데
도대체 왜..
그러면서도 수박은 꾸준히 샀더랬다.
도시락 쌀 때 당근 같은 채소 찍는 틀이었는데
수박은 처음 찍어봤다. 예쁘다..
그러면서 이걸 들여다 보느라
얼마나 시간을 흘려보냈는지..
밍밍한 수박이 더 밍밍해져서..
옛날 옛날
선물의 집이 처음 생기고
그 안에서 키티를 봤을 때
그때까지로 이어지는 생각들.
선물의 집 구경하는 게 취미였던 시절을 지나
대학 다닐 땐 같은 과에 별명이 키티인
언니가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체로 키티 캐릭터에
리틀 트윈스타, 마이멜로디.. 두루두루
휘감고 다니던 그 언니.
선물의 집을 한 시간 구경해도
살 수 있는 거라곤 스티커나 메모지 정도였던 나에게
그 언니는 참으로 찬란했었다.
물론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종류는 없었지만,
확실히 그때의 디자인이 귀하고 예뻤다.
그렇게 온갖 키티를 두르고 다녀도
촌스럽지 않았으니까.
저게 다 얼마야? 수군거리는 선후배들은
있었지만. 워낙 일제물건 비쌀 때라.
지금은 캐릭터가 넘치고 흔해져서
그때 그 감상을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다.
우리 같은 것들보다 나이도 많았던 키티 언니.
누구는 그 언니네 집이 엄청 부자라 했고,
누구는 또 엄마랑 둘이 근근이 살아간다고 했다.
고교 졸업 후 무역회사를 몇 년인가 다니다가
대학에 들어왔다고 들었으니까 나중에.
어떤 쪽이 진실인지는 끝까지 몰랐지만
그 언니가 결혼한 후 집들이 다녀온
친구의 친구에게 들은 얘기로는
집에 믹서, 토스터 같은 전자제품들도
오리지널 일본 산리오의 키티였다고.
그 시절에 그런 것까지 어찌 구할 수 있었을까..
계속 생각하다 보니
그 언니 이름까지 생각나고 한 번쯤 꿈속에서라도
그 시절의 얼굴로 만나봤으면.
키티 언니, 여전한가요?
수박 잘라놓고 보다가...
멀리 아주 멀리 ㅎ
밍밍한 수박은 역시 화채~
수박, 배, 동그랗게 파내고
남은 수박에 우유, 코코넛워터 넣고 갈아서
아가베 시럽과 얼음..
그리고 오늘은
수박 아이스바_
수박+아가베 시럽,연유+우유,
키위+아가베 시럽
이렇게 준비해서 순서대로 3시간 이상 씩
얼려서 완성.
생각보다 시간 오래 걸려서
여름에 딱 한 번 씩만 만드는
수박바 ~
씨앗 같은 초코 씹힐 때
아 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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