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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시작되며 예상 밖으로
크고 작은 선물들을 많이 받았고,
무슨 답례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생각이 김치에 이르렀었다.
주변에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파는 거 말고 진짜 김치를 먹고 싶다,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
아니 아예 요리교실 하면 어떻겠냐... 는 말을 인사처럼 많이 들었다.
요리교실은 무슨, 그건 부담스럽고
조금씩 나눠 먹을 순 있지 그렇게 나는...
고구마 김치
고구마 깍두기..
문득 생각이 나서 몇 개만 만들어 봤는데...
이게 꽤 괜찮았던 것이다.
할머니가 김치 담을 때 생밤이나 고구마를 얇게 편으로 썰어서 넣어주셔서
그거 쏙쏙 빼먹던 어린 시절도 생각나고...
그래서
맛있어서
기분 좋아져서
고구마를 잔뜩 샀고
빈병도 사서 소독하고 말리고
20병 만들었는데...
처음 맛볼 땐 괜찮았는데...
얼마간 지나 맛을 보니 어머...
씹어도 씹어도 입안에 남는 이 텁텁한 느낌...ㅠㅠ
양념 맛은 같은데 식감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쩌면 혹시 좀 더 맛들면 좋아지려나
또 얼마간 기다려봤지만
결론은 '아니 되겠다'.
섬유질 많고 텁텁한 고구마, 절반은 그런 것 같은데
그걸 골라낼 수도 없으니.
난감해하고 있는데
슬쩍 부엌을 지나던 남편이
'그러게 그냥 무 깍두기 하면 좋았을 걸...'
얄밉게, 안 해도 될 한마디를 던지고.
암튼 그리하여
지금도 냉장고 아랫칸에 18병 자리를 차지하고 있....
그래도
내가 한국 대표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맛을 김치라고 선물로 줄 수는 없다.
김치 얘기가 나왔으니... 일본 배추.
달달하고 야들하고 물기 많고
그냥 생으로 쌈으로 먹어도 좋고 나베, 찌개에도 좋고
우리식 배추전 만들면 최고로 맛있고 좋은데
김치 만들 땐 영 아니다.
김치 담고 충분히 발효가 된 뒤에도
맛이 드는 것 같지 않은 느낌.
마지막까지 서걱거리는 느낌.
끝까지 겉절이 느낌.
방법이 어설퍼서 그런가 소금량과 절이는 시간을 바꿔보고
뜨거운 물에 절여보라고 해서 그리도 해보고...
그러다 어느 순간 포기했다.
어쩔 수 없이 김치'가 아닌 기무치'로 인정하고 먹기로.
포기로 하든 막김치로 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