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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보자고...
제법 운동하듯 걸어보자고 말만 하다가
시월의 어느 날
드디어 시작했다.
마침 그날은 신영이도 학교휴일이라서 셋이서
집에서 부터 신주쿠의 신영이학교까지.
혹시 집에 걸어올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함께, 미리 연습하는 것도 꼭 필요해서
언급하기도 무섭지만 지진이라든가 있으면.
앞서가는 두 사람은...
여기를 지나고 여기를 지나면, 찾아가며 걷고
나는 뒤따라가며
기억날만한 곳을 사진 찍어두자고 했지만,
그레텔아줌마처럼..
집을 나와 메지로'를 지나 시모치아이'까지 와서,
메이지 도로(明治通り) 표지판을 보며 계속 걸어가면
학교근처 익숙한 길이 나와서
아이 혼자서도 그냥 잘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스스로를 위해 사진 몇 장..
앞에서 두 사람이,
팔을 흔들며 어서어서 따라오라고 하지만..
오늘, 하늘이 이렇게 멋지고
새로 문을 연 마트를 지날 땐
또 가격체크를~ ㅎ
우리동네보다 저렴한 편이네..
점심은 학교근처에서
중국식 라멘과 볶은밥.
서비스 좋고 깔끔한 국물맛, 볶은밥도 괜찮고 별3개 반~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30분정도 걸렸고
밥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걸어서 돌아오는 길은
잠깐 구경도 하고 느려져서
2시간 30분정도..
드디어 우리동네..
집에 도착, 계단 올라갈 때
아빠 밀어주는 딸래미.
야아..엄마는??
오래걷기
첫 날의 기록, 끝.
그 다음
일주일 뒤
오래 걷기 코스는...
집에서부터 스가모( 巣鴨)역 근처의 리쿠기엔(六義園)까지.
왕복 2시간 30분 거리.
리쿠기엔(六義園)은
예전에 아마도 내가 감기에 걸리거나 아팠을때
나 빼고, 세 사람이서 왔던 곳이라는데
가을단풍으로 유명한 일본식 정원.
아주 옛날옛날부터 있었던 어느 부자의 개인정원인데
1938년부터 일반사람들에게 공개했다고 한다.
입장료300엔.
입구에서 가까운 찻집,
오늘 사진의 제목은 햇살~
눈 못뜨게 눈부신
햇살~
또 하나의 찻집.
일본식-식혜와 말차 한 잔.
씁쓸한 말차에는 화과자'가 함께 나온다.
여긴 예전에 창고였다는데...
여닫이 문 안쪽에 미닫이 문이 하나 더 있고
뭘 보관하던 곳이길래 이렇게 야무지게 만들었을까.
정원을 나와
스가모 역 쪽으로 가다가
내가 찾은 식당.
야채수프랑 기본샐러드에..
퀸 스테이크, 생선과 가리비 그릴셋트.
맛있으니 메모리, 별 네개 반~
혹시나 노인밴드의 jazz를 들을 수 있을까 찾아간 스가모 노인거리에서 찍은 사진.
귀여워서 찍었는데 이곳 절(寺)의 기념품 가게였다.
조금 더 쉬겠다고
역근처 커피숍에 들어갔을때
카페이름은 싹 잊었지만
반가운 발견이 있었다.
이 뭉툭한 익숙함.
어릴때 우리집 첫 번째 전화기도 이거 였는데..
기억이란 참..
어제 그제 일은 까마득한데
이 전화기를 보니 또 그때,
순간들이 생각이 나다니..
옛날 드라마 보듯..
일본정원안에서도 계속 걸었기 때문에
머리부터 발바닥까지 따끔따끔...
돌아오는 길은
더 멀게만 느껴졌다.
+
다음은..
집에서부터 닛뽀리(日暮里)역 까지.
오늘의 목표는
한국식 짬뽕!
닛뽀리 역 근처에 잘하는 곳이 있고
그 식당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었다.
몇 장 기록용으로 찍었는데
실수로 짬뽕사진까지 싹 지워버렸고
그나마 남은 것 두 장뿐.
"산보하냥? "
공사장 가림막의 고양이랑..
야나카긴자 시장골목 안에 있는
사유리 미용실.
꼭 예전에 와봤던 곳처럼 정감있게 느껴지는 곳.
닛뽀리 역 앞에 중국식당이 두 군데 있는데
그 중 수타면을 뽑는 곳에 -한국식짬뽕-과 -짜장면-이 메뉴에 있다.
조미료맛, 캬라멜맛 안나는 건강한 맛이 가끔 생각나고
길 건너 고양이마을(야나카긴자)의 재래시장 골목도 볼만하니
이 코스는 종종 다시 걸을만 하겠다.
그리고
어제는
집에서부터 에비스(恵比寿)역에 있는
에비스맥주기념관(エビスビール記念館)까지 걸었다.
가장 먼 곳.
9시15분 출발해서 기념관 안에서 맥주를 주문하고 보니 12시20분을 넘겼다.
신주쿠 한복판
수퍼주니어'의 대형광고판을 보고 감격.
아는 애들 같이 반갑고
곧 키무라 타쿠야(木村拓哉)~
그는 일본의 장동건..
우리의 첫 번째 일본어선생님.
신주쿠를 지나며
눈에 띄는 빌딩 사진 몇 장..
이런 창문..
좋아하는 타카시마야 백화점도 지나고...
확실히,
수상한 구름..
하라주쿠에서 시부야로 가는 길.
올 생일선물은 여기서 받는걸로 합의 ㅎㅎ
시부야 히카리에..
여성우대 백화점.
드디어 에비스..스..스
맥주기념관 입구.
1893년 이곳에 먼저 에비스-맥주공장이 생기고,
그 다음 몇 년뒤에 이 동네에 기차역이 생기면서 역이름도 에비스'가 되고
차차 동네이름도 에비스'가 되었다고..
그때의 광고들..
오늘, 우리의 자리.
3시간이나 걸어서...
이거 마시러 여기 온 것이다.
에비스 생맥주 맛보기 3종과 안주셋트.
흑맥주와 함박셋트.
여기있는 에비스맥주 5종류중 3종을 마셨으니
나머지 2종을 맛보러 다시 가야만...한다.
오늘처럼
집-메지로-다카다노바바-신주쿠 동쪽-하라주쿠-시부야-에비스..이런 코스로.
+
일 주일 한 번쯤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걸어가서
점심먹고 돌아오기.
이렇게 잘 챙겨먹고
사진까지 찍어가며 무슨 운동이 될까 싶지만
즐거운 당근이 없으면
걷기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다.
다이어트라기 보다는 근력운동으로
11월에도 계속 어딘가로 걸어갈 생각이다.
무념무상
걷다보면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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