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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소리
    일상(日常記録) 2015. 10. 16. 17:30

     

     

     

     

     

    오랫만에 h와 전화통화를 했다.

    처음엔 그저 가볍게 한 가지 물어보려던 것인데

    h쪽에서 여러가지 얘기가 이어져서 거진 한 시간쯤 수다를 떨었나보다.

    전화를 끊고  돌아서는데 바로 카톡~

    -내가 너무 오래 떠들었지...주책이야 내가 요즘, 미안해-

     

    카톡문자에 너무 놀랐다.

    언제나 자신만만한 친구,

    어떤 상황도 자기 좋은대로 생각하는 초긍정 마인드의 h도

    전업주부 몇 년에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h, 스스로도 그렇다고

    뭐래도 자신이 없다고

    짜증나도 그렇다고..

     

    아무튼 그래서 바로

    -뭐가 어때서, 오랫만에 재밌었어.

    우리 자주 좀 그러자-

     

    그랬다.

     

     

     

     

    아직도 마음은 여름 제주도 어디에 있는 나는

    지인의 소개로

    작은 북카페안 한 쪽 코너, 문구와 소품의 디스플레이를 맡게 되었다.

    얘기는 몇 달 전부터 있었지만

    정말로 자신이 없어서 자꾸 미루다가

    결국은 9월부터 일을 시작한  것,

     

    듣던대로 카페의 문구잡화코너는 어수선하고

    시작한지 얼마 안됬는데도 재고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너무 많았다.

    신상품을 선택, 매입하는 것도 부탁하겠다는데

    일본에서 한국물건을 소량, 도매로 구입할 길도 없으니 판매가격도 걱정.

    일단은 많이 남아있는 제품들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다 싶어

    그런 쪽으로 생각을 맞춰서 디스플레이 하는 것으로.

     

     

    사실 내가 뭘 알겠는가.

    다만 구경꾼으로 구매자의 자세로 한 번 해보자..생각했다.

    재밌을 것도 같아서.

     

    내맘대로 어떻게 해도 좋다지만,

    아직은 비용을 들여서 공간을 고칠 수 없는 형편이고 

    되도록 많은 물건을 조금씩 좀 어떻게...라는 주문은 어려웠다.

     

    그래, 일단은 도톰한 광목을 사서

    어색한 꽃무늬를 가리는 것 부터 시작했다.

    다시 뜯어낼 수도 있어 딱풀로 붙이고...

     

    샘플 포장도 다 광목으로 만들고

     

     

    상품설명을 써서 달고

    가격표 다시 붙이고..

     

    오리고 붙이고..

    이런 거 좋아하기도 하고

     

     

    9월부터 10월, 오늘까지

    웬만한 약속은 이곳으로 사람을 불러 만나고...

     

     

    휴일에 씬을 데리고 가서

    꺼칠한 도자그릇 뒷굽을 뻬빠로 갈고 닦아서  정리해보고...

     

     

     

    그게 그거 같아도

    조금씩 계속 바꿔보고..

     

    작은공간이지만 차차 -소품작가전시-를 해보면 어떨까

    계획도 세워보고

     

    9월중순부터 오늘, 한 달 동안 대략 10번쯤 간 것 같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고

    생각도 길고...

     

    지금 올려놓은 물건도 많지만..

     

    다음주엔 세일행사를 하기로 해서

    거의 모든 소품을 다 보이게 내놓기로 해서

    다시 정리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점점...즐겁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일을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예전에 직장다닐 때

    불편했던 마음들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어쩜 그렇게 조목조목 생각나는지.

     

    바로 어제 오늘 일은 정말 깔끔하게 잊어주면서.

    그렇게 돌아가는 내 머리가 신기했다.

     

    여기 카페대표는 따지고 보면 잘 모르는 사람, 지인의 동료..

    이래서 차라리 아예 모르는 사람이 편하다고 하나.

     

    여러가지 이해되는 일들은 그사람의 사업이니

    잠시 도우러가는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겠지만

    그런데도 마음은 자꾸 -이러는 게 맞아? 정말 이러는 거 괜찮다고 생각해?-

    거듭 물어보고 싶었다.

     

    어제는 그동안의 수고비를 받으면서 가슴이 벌렁거려서

    나 스스로에게 너무나 화가 났다.

     

    수고비가 작아서 그런 건 아니다.

    더 작은 돈이라도 기쁘게 받을 생각이었다.

     

    부탁해서 도우러 갔는데

    어느새 나는 그앞에서 너무 가볍고 쉬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백퍼센트 자원봉사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으려나.

    하지만 카페는 영업장소이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대표의 말은  너무 멋진 플랜을 담고있지만

    도무지 나는 그 얘기에 동화되지 않고

    나보고 앞으로 계속 부탁한다는 건지

    그닥 필요없다는 건지 어지럽기만 했다.

    아무리 살림만 했다고 어쩜 이렇게 자존감이 없을까.

    결론은 아직 없고 머리만 아프다.

     

    만약 내가 가족의 생활비를 꼭 벌어야하는 입장이었다면

    얼마나 비참하고 힘들었을까.

    있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며 마음이 불행해지다가

    새삼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에

    정말로 소리내서 고맙다고 말했다.

    당신덕분에 내가 하기싫은 일 안하고 여행도 다니며

    편안하게 살고 있다..고맙다 진심.

     

     

    수고비 봉투를 한참 열지못하고 있다가

    아이들에게, -이거 엄마가 일본에서 처음 번 돈이야-하며

    용돈을 주었더니 큰딸이..-엄마가 번 귀한 돈인데 이렇게 많이 줘요?-한다.

    야아..뭐 2000엔 가지고 그래.

     

    그러고보니 우리 씬, 전철패스 만들어주고

    일 주일에 용돈 1000엔씩 주고 있으니...

    2000엔이면 큰 돈이구나  ㄲㄲ

    그제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이 용돈 좀 올려줘야 겠다..

     

     

     

     


     

     

     

     

    +

     

    10월22일의 기록.

    -2시부터 5시까지-

     

    집에서 린넨으로 글씨는 오려가고

    애들 색연필로 글씨 쓰고..

    캔트지 오려붙이고..

    세일상품은 모두 꺼내놓기로 해서

    꽉 차게 올렸다.

     

     

     

    ---

     

     

     

     

    10월말 까지의 약속은 계획대로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내마음이 가장 편할까...생각하니 역시.

    다음은 그 다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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