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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건물 담장에
오월 내내
들장미가 예쁘게 피었더랬다.
그리고 유월이 오니 마치 공연이 끝난 것처럼
들장미는 떨어져 흩어지고..
수국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담장의 아이비 덩굴도 어쩜
난시가 심한 내 눈에는 꼭
별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직 새 동네는 어색하고
마트나 시장에 가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너무 많이 갈라져 있는 골목길에서 길을 찾고 물건을 찾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한동안은 말도 하기 싫고...
그러고 있다.
아주 먼 옛날, 혼자 자취하던 시절
이사를 하고 뭔가 사러 나섰다가 길을 잃었던 적이 있었다.
슬리퍼 차림에 주머니엔 동전 몇 개뿐..
길을 묻고 싶어도 번지수도 생각나지 않고,
늦는다고 나를 찾으러 나올 가족도 없고,
그 막막함...쓸쓸함...
가끔 그때의 멍멍한 답답함으로 가위에 눌리곤 했었다.
요즘은 휴대폰이 몸에 착 붙어있고 구글맵도 있으니
설마 그렇게까진 되지 않겠지..
아래를 보고 걷다가 발견한 귀염 세트들.
사각 발판에는 동네이름 새겨져 있고..
이 꽃무늬 취향이어서,
재래시장 이쪽 골목은 금방
익숙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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