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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블로그에 썼던 글과 사진.
복사해서 다시 올려 놓는다.
재영이 보라고..
3월20일.
작년까진 일본의 공휴일이었는데
이번엔 또 재영이 본인의 졸업식날이어서
학교친구들과 행사가 늦게까지 있었고..
우린 한밤중에 좋아하는 케잌에 촛불..
재영이는..
너는 아직 어리고
생일에 대한 기대도 두근두근 많은데
작년도 올해도 보통으로 지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기억나니?
너는
마루코옷장의 모델이었어.
앞모습 옆모습 뒷모습..
엄마가 따라다니며 찍었드랬어.
엄마가 특별히 요구하지 않아도
너는 참
다양한 포즈~
네가 아직 어렸을 때,
엄마가 온라인 옷가게를 시작했잖아.
마루코 옷장.
그때 엄마가 만든 명함이 아직도 남아 있어.
3년쯤 했는데...
처음엔 신생아부터 24개월까지 베이비롬퍼만 팔다가
네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다른 옷들도 갖춰서 팔았어.
그래서 baby and kids shop이 된거야.
너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만...
엄마는 컴맹이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옷을 팔기로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사건이었단다.
너를 모델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용기를 내고 시작했던 거야.
너는 아기 옷 모델하기에 정말 좋았어.
몇개월이면 보통 몇킬로그램...책에 나와있는 평균 사이즈대로 성장했기 때문에
옷을 파는 엄마도 설명하기 편했고
옷을 사는 다른 엄마들도 비교해서 사이즈 고르기 좋다고 했어.
귀찮아 하다가도 사탕 한개만 주면 오케이였다 ㅎㅎ.
여기 모두 그때 마루코옷장 시절의 사진들.
우리 째리.
오동통 오동통^^
티거'가 되었다가
나비도 되었다가...
하루에 몇번씩 변신하는 화려한 날도
있었는데,
그러다가 그냥 이렇게 잠들어 버리는 때도
종종 있었어.
가끔씩 큰사이즈 옷은 단지 언니 입히려고
함께 팔기도 했지만.
마루코옷장의 옷은 거진 너의 사이즈.
정말 소자본이어서 한장 팔리면 한장 품절되고 하는 식으로
바쁘게 관리했어.
인터넷 온라인샵은 그렇더라.
이 토끼가방 좋아했지?
수영복 모델도 했지.
엄마가 옷을 가져오는 가게에서 정리세일로 아주 싸게 사온 것을
세탁해서 다리미로 다리고 수영모자에 꽃도 달고
셋트로 팔았거든.
물론 다 모델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따로 기록을 남겨둔 것이 없어서
이 사진들이 순서대로는 아니야.
네가 조금씩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있지?
마루코옷장 사진은 엄마가 전부 찍었어.
포토샵을 할줄 몰라서 그냥 사이즈 조절만 해서 올렸는데...
그걸 보고 옷을 사주는 사람들이 있었어.
못해서 못한 거지만,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운영해보고도 싶었어.
지금 이 사진들은
앨범 속 사진을 사진기로 찍어 올린 것이라 어둡거나 흐리게 보이는거야.
실제로는 그때 이렇게 나쁘진 않았어. ㅎ
꽥꽥.
엄마는 동물원 분위기 좋아했어.
오리, 사자, 토끼, 판다, 고양이,원숭이, 곰..
또 뭐가 있었더라?
사진이 다 어디로 갔지?
울라울라^^
겨울코트와 상하복셋트들..
따뜻하게 잘 입고 놀면서
너의 모델 생활은 계속 되었어. ^^
여긴
월드컵 공원이야.
일부러 옷사진을 찍으러 다녔던 건 아니지만
드라이브 많이 했지, 그때 우리.
마루코 옷장'에는 아빠사진을 올린 적은 없어.
이건 지금 우리의 기록을 위해 전체사진을 그대로 올린 것이고..
썬그라스 등 패션잡화도 조금 해봤고.
좀 하다 보니까...
너는 쑥쑥 컸고
언니는 워낙 말라깽이라서
함께 입을 수 있는 옷도 있었어.
이 하늘색 모자,
집에 쌓여있던 거 기억나니..?
이 모잔 잘 안 팔렸는데
도쿄에 와보니 유치원 애들
다 이런거 쓰고 있더라 ..
마루코옷장 하는 동안
우리째리 정말 많이 컸구나.
베이비에서 키즈로
울보에서 귀염둥이 애교쟁이로..^^
한가지 미안한 건
엄마가 그때 여러가지 일로 정신이 없어서...
또 마루코옷장을 혼자서 하느라고 말이지.
언니때 처럼 옷을 만들어 주지 못했다는 것.
너는 나중에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엄마는 늘 미안한 마음이 있어.
엄마가 마루코옷장 할 때
너는 너무 어렸고
우리가 그때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잘 안날테니까.
아직까지 너는
언니옷을 물려받아 입는 거 좋아라 하는 아이라
다행이지만.
언제라도
부디 쿨하게,
'나는 마루코옷장 덕분에 귀엽고 예쁜 옷 많이 입어봤지롱'...하고 즐겁게 기억해주기를!
엄마가 소망한다, 째리야.
(2013.4.27)
+
p.s }}
이 시절에 재영이에게 예쁜 옷 입히면서
내가 정말 많이 행복했구나...사진을 다시보며
마음 환하게 느낀다.
옷가게를 정리하며 여러가지로 후회도 상처도 반성도
많았더랬는데
그런 건 역시 다 부질없는 욕심들
아니였을까.
아이들에게 예쁜 옷 실컷 입히고
만지고 들여다보고 사진찍고..
그 순간 순간에
나는 무척 행복했다.
이것만은 잊지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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