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나의 레코드 이야기
    일상(日常記録) 2013. 5. 29. 16:39

     

     

     

     

     

    나의 첫번째 아르바이트는 음악다방에서 시작되었다.

    말없는 디제이.

    신청곡을 받아서 그중에서 한 곡쯤 골라서 레코드를 틀어주고

    가끔...아무개씨 전화 받으세요...그 정도 하는.

    디제이가 아니고 레코드 플레이어'라고  해야 하나.

     

    그때만 해도 많이 수줍은 성격에

    유리로 된 뮤직박스안에서 꼼지락거리며 그 일을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그곳에서의 하루 두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갔고.

     

    사실...그땐 미팅보다 연애보다

    그 아르바이트가 더 반갑고 편하고 좋았다.

     

    음악다방의 사장님께서 유난히 나의 선곡을 좋아하셨는데

    그렇게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느낌은 자신감이 되어

    일을 더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르바이트도 그 사장님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나는 그 음악다방의 손님이었고..

    아, 그리운 시절의 기억이다.

     핸드드립하던 그 집 커피도 좋았다.

    음악이 나가는 동안 잠깐 나와서 마시는 그 커피맛은 최고였다.

     

    레코드가 빼곡하게 꽉꽉 들어차 있던 뮤직박스!

    가요와 팝, 클래식

    모두 라이센스 음반으로 구하기 힘든 유럽음반도 많았다.

     

    그리고 그즈음부터 레코드를 사기 시작했었는데,,

    곧 cd가 국내제작 되면서 정말 빠르게 LP레코드의 시절은 끝나버렸고,

    나도 역시 cd로 음악을 들었다.

     

    결혼하고 그 많은 이사를 하면서 조금씩 사라진 나의 레코드들.

    지금 나에게 남은 것은  150여장 정도.

    오늘, 모처럼 자켓과 알맹이가 제대로 들어있는지 확인해보며

    하나하나 먼지를 닦았다.

    앨범자켓의 어떤 것에는 유치찬란한 내용의 메모도 있고 암호와 싸인도 있어서

    가지가지 추억이 떠올라 아련하게 설레였다.

     

    헬로~

    반갑고 이쁜 것들!!!

     

     

     

    you've got a friend...정말 좋아하는  캐롤킹의 tapastry와

    해리코닉주니어가 11살때 발표한 첫 재즈 앨범도 있고...

     

     

     

    레오나드 코헨과 제니스 이안.

    그리고

     

     

     

    꺅!  엘비스 프레슬리!!

     

     

     

    road out & stay...잭슨 브라운과

    프래터즈의 only you.

     

     

     

    올리비아 뉴튼죤, 잉글버트 험퍼딩크.

     

     

     

    스탄갯츠와 질베르토의 the girl from ipanema. 그리고 척 맨조오니의 트럼펫 음반.

     

     

     

    수잔 베가시너드 오코너, 재니스 조플린..

    각기 다른 개성의 멋쟁이들.

     

     

     

    사운드 오브 뮤직, 키스의 전주곡 ost.

     

     

     

    팻 분, 빌리 조엘.

     

     

     

    마이클 볼튼, 빠뜨리샤 까스, 사이먼 앤 가펑클, 웸.

     

     

     

    비틀즈와 아바.

     

     

     

    클래식 입문하며 처음 구입했던

    카라얀 지휘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

    비발디의 사계와 만토바니 오케스트라의 요한스트라우스 왈츠.

     

    한 두장 사진만 남기려고 시작했는데

    하나 하나 기억이 새로워서 그만

    계속 자켓사진을 찍게 되었다.

    추억의 이름으로...

     

     

     

    이 레코드들을

    이사할 때마다 버릴지 말지를 고민 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 10년정도는 거의,,,음악을 듣지 않았던 것.

    그래, 이 정도면 버리는 게 낫지 생각했었다.

    음악소음처럼 들리던 이상한 시간들...

     

    태교음악이나 아이를 위한 cd는 틀었지만

    나를 위해서는 틀지 않았다,

    왜 그렇게 여유롭게 즐기지를 못했을까.

    좋아하는 것들을 이렇게 바로 옆에 쌓아 두고도

    너무 소비적인 생각과  고민속에서 전전긍긍 살았던 것 같다.

    10년동안 음악을 듣지 않았다는 것도

    일본에 와서야  어느날 문득 깨닫고 스스로도  놀랐으니까.

     

     요즘 얼마 전부터 나는 다시 음악을 찾아서 듣는다.

    찾아서 듣는다.

    어떤 상황이, 살아가는 인생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대신 내가 달라졌고,

    나는 다시 좋아하는 것들을 아끼고 누리며 살아야겠다.

    뒤에서 노심초사하는 엄마보다는

    자기 생활과 세계가 있는,  재미있게 사는 엄마를

    아이들이 닮아가기를 바란다.

     

    오늘, 비 한차례 내리고 흐림.

    LP레코드로 음악듣기 참 좋은 날씨.

     

    즐거움을 놓치지 말고 스스로 평안할 것!

    레코드들을 정리하며 새삼...

    뜨겁게 다짐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