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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흩날릴때..일상(日常記録) 2021. 2. 5. 01:19
3월 말에
이사하기로 했다.
살고 싶은 동네가 있어서
그쪽으로 가려고 애써봤는데 결국
완전 반대방향으로 결정되었다.
집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1번부터 5번까지 줄을 세웠었는데,
1번은 처음 본 순간 겉모습부터 맘에 들었으나 조건에서 바로 땡 탈락!
2번은 작은 마당이 있는 나무로 지은 집, 온화한 기운의 동네.
3번은 너무 먼데로 가는 느낌이라 심신불안, 집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4번은 그냥 그냥 좋기도 나쁘기도 그만큼.
5번은 다용도 건물의 10층인데 아니 아니, 여긴 아니 되겠습니다.
1번은 포기했으니
부디 2번으로 이사 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랬는데
결론적으로 3번으로 간다.
東京 品川区 旗の台
도쿄 시나가와구 하타노다이...라는 동네.
몇 년 전에 딱 한 번 가봤던
먼 동네.
이사 갈 동네의 제일 좋은 풍경.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호수공원.
생각처럼 안되는구나.. 울적하고,
지금 사는 동네가 본가도 아니며
그렇게 멀리 가면 안된다고
결사반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뭐 이렇게 우울한지.
습관처럼 스며드는 이놈의 청승.
12년 전 서울에서 도쿄로 이주할 때 나는
드디어 탈출하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그랬다.
그때 나를 잘 아는 친구들에게도
축하 같은 격려를 받았다.
뭔가 거기,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
그래도 1년에 한두 번은 만나지 않겠어..
이제야말로 많이 버려야 하는 타이밍,
오래 사용하지 않은 주방용기들이랑 이 나간 그릇이랑 모아 담다가
부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끅끅 울었다.
2월이기도 하고
새동네도 겁이 나고 막연히...
그런데 우리 딸내미들은 어떤지..
이사하는 거 어떤지 궁금했는데
둘 다 잠깐의 틈도 없이 바로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하루라도 빨리 가서 짐 정리하고 공원이랑
골목골목 산책하고 싶다고.
이사하면 통학시간 길고 고단할 텐데...
나는 그것도 걱정이었는데 애들은
괜찮다고
좋다고..
또 이번에야말로 이사 가면
각자 자기 방 쓰겠다고 하겠지 짐작했는데,
얘네들은 둘이 함께 쓰겠다고 지금처럼.
최근엔 휴대폰 프로필 이미지도
둘이 찍은 사진을...
효도하는 거?
정말..?
"There Must Be More To Life Than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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