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넷, 나의 보넷핸드메이드(手芸品作り) 2016. 5. 13. 09:30
초원의 집
(Little House on The Prairie).
정확히 언제쯤 이 미국드라마를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tv속 화면만 생각나고
그때의 내모습은 생각이 안나는 거다.
유투브에서 찾아보니
이 시작하는 장면도 바로
생각이 나는데..
어딘가 아는 사람의 기억처럼 남아있는
초원의 집.
메리와 로라.
신영이가 어릴 때
로라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옷을 만들었었다.
민소매 원피스와 꽃무늬 브라우스를 만들었는데
좋아서 바로,
같은 원단으로
윙카라에 퍼프소매로 긴소매 원피스를 만들고
하얀색 무명으로 앞치마를 만들었다.
그리고 보넷.
정말 어렵게 궁리해서 만들었던
그 보넷..
보넷도 옷도
별도의 사진은 없다.
그때, 필름 사진기로
그런 것 까지 찍어 둘 생각을
전혀 못해서..
뒤늦게 아이가 입은 사진들을 찾아봐도
생각보다 몇 장 안되는 것에
조용히 놀랐다.
크게 입다가 나중에 치마단을 늘려가며
3년이나, 참 많이 입었던 옷이랑 보넷인데..
도너츠처럼 생긴 윙카라, 어깨가 봉긋한 퍼프 소매의 원피스는
뒤쪽으로 단추를 달았고
앞치마는 몸판을 따로 만들고
스커트부분은 주름을 조금 잡고
뒤쪽으로 끈으로 묶는 스타일.
그리고..
면 블라우스와 민소매 원피스, 앞치마.
모자 씌워주면
밖에 나간다고 좋아했던
2002년 세 살 신영이..
옷은 처음이 아니라서
어찌어찌 만들 수 있었는데
보넷은 어려웠다.
모조지에 그림을 그려서 풀로 붙여보고
길다랗게 잘라 시침핀으로 주름을 잡아보고
잠든 아이 옆에서 부시럭 거렸던 기억이
꿈처럼 생각나는데..
지금
이 옷들은 없다.
비슷한 스타일로 같은 해에 만든
초록색 면벨벳 원피스, 보넷, 가방.
이건 소매에 공을 들여 퍼프 반소매에
따로 팔목까지 슬림한 소매를 만들어 붙였던 건데..
스웨터를 입고있어 그게 안 보인다..
보넷은 겨울용이라고
솜도 넣었었나..
그때.. 나의 스케치.
옷도 없고
옷사진도 따로 없다..
없다는 게 이렇게 새삼스럽고
그리울 줄이야...
옷을 그렇게 많이 만들었는데
지금 남아있는 건 이만큼 뿐인가.
아냐.. 내가 그럴리가.
이제 좀 버리고
심플라이프 해야지,
작년 어느 날 매섭게 다짐하며
옛날짐을 마구 정리하던 이상한 아침도
생각나고
여기 저기 뒤지다가
정말 이것밖에 없을까봐
찾기를 그만 두었다.
천천히 나중에 정리하자고..
당장 있는 것만
지금이라도 사진을.
신영이에게 처음
만들어 준 손가방.
안감도 같은 걸루 2겹
비즈도 달고
앞쪽에 벨크로 달고..
이건 또 어쩌다 남았는지.
그래서 내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지워지지 않는 얼룩도 있고
손바느질 자국에 빛도 바랬지만.
모두 손바느질.
아무래도 미싱처럼 촘촘하진 않고
시간만큼 많이 헐거워졌다.
이 원피스는 몸판에 넣은 심지가 일어나서
우굴쭈굴 하네..
어젯밤
세탁하고 다림질해서
부엌 문에 걸어 놓았다.
믿을 수 없지만
이것 뿐이라고..
신영이옷▶ http://blog.daum.net/oesther01/15573846
+
나중에 재영이 보넷도 찾았다.
옷은 없고 보넷만 남아있었네..
재영이 백일에 씌우려고 만들었던 것.
그리고...
정말 오랫만에 홀린 것처럼
바느질을 했다.
어른용 보넷 패턴은
작년부터 있었던 것인데
그냥 그대로 따라 만들려다..
안감에 심지까지 넣을 거라면
아예 양면으로 하는 게
깔끔하겠다 싶었고..
보통 목부분에 끈을 다는데..
이건 마지막에
뒷 중심선부터 바이어스처럼 시접을 정리하며
마감했다.
"양면 보넷 완성"
지금 우리 딸들이 좋아할 스탈은
절대 아니지.
이건 나의 보넷.
그래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씌워 보려고 지금...
기다리고 있다.
조금씩 마음도
평온해지는 듯 하고..
'핸드메이드(手芸品作り)'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바구니 리폼, 가위집 (0) 2016.08.15 핸드메이드마켓 2016. 5.22 (0) 2016.05.25 몽키카렌다,2016 (0) 2016.01.07 크리스마스 카드 만들기 2015 (0) 2015.12.26 귤 (0) 201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