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브라운 소스, 옛날 돈가스
    요리(料理) 2016. 1. 20. 23:00

     

     

     

     

     

     

     

     

     

     

    오랫만에 브라운소스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소스가 있어서

    보통은 그걸 사서 먹기때문에 여간해선 만들지 않는데..

    참 오랫만이다.

     

     

    우리집 브라운 소스는..

    버터를 녹이고 같은 분량의 밀가루를 볶아

    연갈색의 루를 만들고,

    육수를 2컵쯤 붓고

    월계수잎 하나 띄워서 끓이다가

    간장,캐찹, 소금, 후추..

    파인애플이나 사과를 한 두 조각 갈아서 넣고

    약한 불에 살짝 끓이면 된다.

     

    (육수는 치킨스톡 한 조각, 아니면 야채삶은 물, 이도 저도 없을 땐 그냥 물)

    (농도는 우유나 생크림으로 조절한다)

     

    브라운소스는 활용도가 있으니 따로 만들어두고

     

    별도로 소고기, 양파, 당근, 샐러리 등을 볶다가 브라운 소스를 넣고 끓여서

    하야시라이스 또는 브라운비프라이스로 먹고

    돈가스, 스테이크의 소스로도 먹는다.

     

     

    +

    (컷 스테이크와 브라운소스)

     

     

    도쿄살면서 숙주를 많이 먹게된다. 젤 많고 젤 저렴하고..

    칵테일새우도 함께 구워 곁들이니 최고의 조합.

     

     

     

    브라운소스 만들면

    셋트처럼 따라오는 옛날돈가스.

     

     

    일본식으로 된장국 곁들이고

    우스터소스나 폰즈소스에 찍어먹는 돈가스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옛날돈가스는  새로운 메뉴~

     

     

     

    그리고...하이라이스.

     

     

    오랫만이라고 브라운소스, 많이 만들어서

    이 삼일 간격으로 줄줄이  세 번의 브라운소스..

    충분히 먹었으니

    이제 또 한동안은 브라운소스를

    잊고 살지도 모르겠다.

     

     

     

     

     

    +

     

    내가 브라운소스의 이름을 알고

    처음 먹어본 건 스무살 때 였다.

     

    스무살 겨울, 12월이었다.

    서울 상도동 143번-버스종점 달동네에 작은 방을 얻어

    혼자살기 시작했을 때..

    내 이삿짐은 삼양라면 박스로 2개.

    책이랑 옷 조금뿐.

     

    이사하자마자 아르바이트 구하느라

    앞으로 어쩔 것인지 고민할 틈도 없이 바빴는데

    어느날 친구m이 찾아와

    뭔가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라면이나 얼른 먹고 쉬었으면 좋겠는데 싶었지만

    친구는 집에서 연습까지 했다고

    꼭  브라운소스를 만들어야 겠다고...

     

    주인할머니와 함께 쓰는 작은 부엌,

    연탄불에는 밥을 안치고

    석유풍로에 프라이팬 하나로..

    (프라이팬도 m이 가지고 왔다, 모든 재료와 함께)

     

    까맣게 잊고지낸 일인데

    생각이 나다 보니

    이젠 그때 그날 친구가

    버터에 밀가루를 볶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생각난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부뚜막에 앉아서

    그 고소한 버터냄새..

     

    그때만해도 그 친구는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것만 먹는 마마걸타입으로서

    별명은 수녀 또는 공주였으니

     

    나의 산꼭데기 자취방에

    숟가락까지 들고와서 수첩에 적어온 레시피를 보며

    석유풍로앞에 쭈구리고 있는  공주님의 모습.

     

    한밤중에야 요리가 끝나고

    신기하게 먹었던 하이라이스의 기억.

     

    +

    몇 년 후 친구는 부모님의 뜻대로

    초고속으로 결혼하고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연락이 끊기고

     

    다시 몇 년 뒤 연락이 안된 이유를 알았을 때

    너무도 달라진 친구모습에

    예전의 다정했던 시절은

    책에서나 읽었던 얘기처럼 까맣게 잊었던 것 같다.

    지금은 다 이렇게

    작은 순간도 다 기억이 나지만 그때는.

     

    그후로도 우린 서로 시소를 타듯

    좋을 때 나쁠 때를 서로 다르게 오르락 내리락했고..

    그러면서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전화가 되고 찾아갔다가를 거듭하면서

    세월을 이만큼 보낸 것이다.

     

     

     

    결혼을 하고

    나는 이사 열 번쯤,

     

    그사이 친구는 이혼을 하고

    정말 상상도 못했던 다양한 모습으로

    지방의 여러 도시를 옮겨다니다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고...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요리선생님이 되어 있었는데

     

    어린 아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떠나온 친구는

    내가 데리고 간 우리아이에게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를 못했었다.

    답답한게 나도 아이를 어디 맡길 때가 없어서..

    그때가 마지막..

     

    그래도 곧 다시 만날 줄만 알았다.

    노력하지 않아도 그저 그냥...

    그래서 정작 연락이 안될때도 그렇게까지 걱정은 없었다. 그랬을거다.

    곧 다시 베시시 웃으며 만날 거니까, 그랬을거다.

     

     

     

    생각보다 길고 무심한 세월이 흘렀지만,,, 

    지난 연말에 드디어, 10년만에 드디어 용기를 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독특한 친구이름..

    요리관련으로 검색해보니 요리학원 전화번호가 나왔다.

    평온했던 가슴이 쿵광거리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여보세요..

    첫 마디에 그 친구인줄 바로 알겠더라..

     

    그간의 얘기를 두서없이 나오는 대로 막

    예전처럼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막

    두 시간쯤 통화했다.

    그 친구도 내생각 많이 했다고..

    아직 혼자이고

    그때 그 어린아들은 성년이 되어 찾아와 만났으며

    이제는 연락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참 타이밍이 절묘했던 건

    친구는 그간 운영해온 요리학원을 지금 정리하는 중이라서.

    하마트면 연락이 안될 뻔 했다.

    3월부터는 조리학과 교수로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고...

    그래 멋지구나, 어떤 모습이어도 너는 내 친구지만.

    정말 다행이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우린 비슷해서 어디가나 친구 한 명쯤밖에,

    줄줄이 연락해서 만날 친구들은 없다.

    요즘 응답하라..를 보면서

    저런 쌍문동이 어디니? 그러면서도

    나도 따라 모든 것이 그리운 날들.

     

    치타여사처럼

    한밤중에 일어나 우두커니 앉아있다보면

    모든 것이 부질없이 슬프고 쓸쓸한 때를 맞은 나.

    그런 때를 맞은 우리들.

    혼자인 친구는 얼마나 더 헛헛할 것인가.

    눈물이..

    어떤 위로의 말보다

    어서 만나서 함께 그냥 한참 울고만 싶다..

     

     

           

     

     

    '요리(料理)'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앙미츠  (0) 2016.03.09
    화전  (0) 2016.03.05
    동치미,무청크림리조토,드라마 헝그리  (0) 2016.01.06
    모과(カリン)  (0) 2015.12.17
    나를 위한 수프  (0) 2015.11.3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