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난 화요일, 27일에
재영이가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다.
밤새 열이 39도 5부까지 나오고.
딸내미 둘이 방을 함께 쓰는지라
일단 우리방을 비워 재영이를 쉬게 하고
구청에 신고.
다음날 호텔 격리생활을 하게 되었다.
요즘 도쿄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코로나 감염자는 이런 식으로 관리한다고..

아이를 호텔로 보내고 다음날
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검사키트를 해보니 음성.
천만다행이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뭔가 감기와 다른 기분..
불안해서 31일 다시 검사하니
양성.
구청담당자가 호텔 격리 신청자가 많아서
며칠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먼 곳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조건이라도 괜찮으니
빨리만 처리해 달라고..
신영이가 요즘 중요한 학기말 그룹과제를 하고 있는데
혹시 문제가 생기면
아이는 물론 어디까지 피해가 갈지 모르고,
또 입시학원 아르바이트도 ㅠㅠ

그리하여 결국 신년 1월 2일 아침에
토큐스테이 호텔에 들어왔다.

 

호텔격리 경험자가 주변에 없고
또 담당자조차도 정해지는 호텔에 따라 조건이 다르다는 말만 되풀이..
자세히 알아볼 여유가 없어
그냥 대략 챙기고 입고 있던 실내복에 코트만 걸치고.
(와서 보니 호텔엔 밥과 물, 세제는 제공.
수건과 약은 본인 지참해야)

호텔방에 들어서며 안도했으나
하나뿐인 창문이 불투명하게 가려져 있고
사진처럼, 조금밖에 열리지 않는 곳이었다.
다양한 이유로 이런 방만 준다고..

식사는 1층로비 전용엘리베이터로 갈 수 있는 곳에
정해진 시간에 가서 챙겨 오고, 방안에만 있을 것.
모든 안내는 여기저기 안내문으로 각자 파악.
바이탈체크도 각자 하루에 3번 입력.

어제 그제는 일단 일단 많이 아파서
세상에.... 콧속을 뾰족한 무언가로 쑤시는 것처럼 불편하고..ㅠㅠ
입안은 코팅된 것처럼 맛을 느낄 수 없으며
냄새도 느껴지지 않아서...

1월 4일 수요일
오늘부턴 그래도 견딜만해져서
친구들한테 연락도 하고
가방도 털어보고 세탁기도 돌렸다.
특이하게도 이 호텔엔 드럼세탁기가
방문 열면 바로 떡하니!

작은 호텔방의 보통 옷장이 있는 자리에
세탁기와 전자레인지..
전국체인의 TOKYU STAY HOTEL,
모든 지점이 다 이런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은 구성 같다.


아래는 가족들에게 보여주려고 찍은
도시락 사진.
맛있거나 없거나 절반은 먹는다.
미각은 돌아오지 않았으나 배는 고픔..

 

전화로 간호사가
지금 이 정도 흐름이면
내일이면 더 편안해질거라고...
그래도 이번 일요일까진 격리.

내가 아무 생각 못하고
시간 보낼만한 걸로 스프링노트랑 만년필을
캐리어에 넣어 왔는데...
다시 손글씨 생활 하겠다고
작년에 새로 산 파카만년필.
잉크 넣고 테스트 한 번 하고는
잊어버리고 있던 것.

일본어 한자연습을 좀...
아니 일단은 한글로...
잠시 설레며 만년필을 꺼냈는데,

바로 망함.
그새
내가 무심한 사이
잉크가 다 말라있었던…

2023년 새해..
골고루 쌤통이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