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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서하지 마라
    카테고리 없음 2022. 11. 3. 18:47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김의곤

    이태원 173-7
    그 좁은 골목길에
    꽃조차도 놓지마라
    꽃들 포개지도 마라

    겹겹이 눌러오는 공포 속에서
    뒤로…뒤로…뒤로…
    꺼져가는 의식으로 붙들고 있었을
    너의 마지막 절규에
    꽃잎 한 장도 무거울 것 같아
    차마 꽃조차도 미안하구나.

    얼마나 무서웠겠니 그 밤,
    얼마나 원통했겠니 그 순간,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꿈을 두고
    마지막까지 안간힘으로 버티며
    살갗을 파고 들었을 네 손톱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구나.

    304명 생때같은 아이들
    하늘의 별로 떠나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다시 너희들을 허망한 죽음으로 내몬
    어른들의 안일과 무책임이 부끄러워
    이젠 슬픔조차도 변명마저도 차마
    드러내 보일 수가 없구나

    그 골목에 아무 것도 놓지마라!
    허울 좋은 애도의 꽃도 놓지마라!

    안전도 생명도 탐욕이 덮어버린 이 나라에
    반성없는 어른들 끝없이 원망케 하라!

    그리하여 아이들아 용서하지 마라!
    참담한 부끄러움에 울고있는 우리를…




     

     

     

    (2022년11월3일 한겨레 논평 중에서..)

    정부는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이 국가적인 애도기간을 설정하고,

    여당은 책임 소재를 따지는 행위에 은연중 침묵과 절제를 요구했다.

    이제 슬픔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정부 여당이 자초한 일이다.

    악몽같은 참사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더는 분노를 삼키지 말고 , 원인을 따지고 책임을 계속 물어야 한다.

    책임을 묻는 것이 애도다, 분노가 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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