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日常記録)

혼자 가는 먼 집

style esther 2016. 6. 23. 23:31

 

 

 

 

 

 

 

 

어디있었지..

머리가 하얘지면서

오로지

그것만이 필요한 것 처럼

눈 아프게 찾다가

너무 우습게 찾았다.

이렇게..

 

 

 

일곱 살 쯤에 내 사진.

지금 나한테 있는 단 한 장의

어릴 때 내 사진.

 

 

 

 

 

사진을 보면 이 날이 기억난다.

그때 나는 훌쩍거리고 있었고

 

사진에 안보이는 건너편에서

남은 가족들이 나를 보며

'쟤는 왜 아까부터 저러고 있지'

누군가 그런 말 하고

누구는 또 사진을 찍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신기하게 기억이 난다.

 

나중에 고개들라고 하도 그래서

억지로 고개를 들고

눈물묻은 우중충한 얼굴로

사진을 찍었다.

그 얼굴..

다시 볼 수

있을까.

 

 

 

 

참으로 오랫만

하루종일  이 사진을 들여다 보다가

내려놓고 나니,

 

이번엔 또

그 시집은 어디갔지?

그건, 아니 또 그건..?

여러가지 사소하고 소중했던 것들이

줄지어 마구 생각이 났다.

 

도쿄로 이사하며

대부분의 책들은 다

헌책방에 팔거나 버리고 왔지만

그래도 몇 권은 좋아서

잘 챙긴 것 같은데..

 

언제나 또

그런 것들은

잘 안보인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인터넷으로

그 시를 찾아 읽었다.

예전엔

꼭 소리내서 읽어보곤 했던

혼자가는 먼 집.

허수경의 시.

 

 

혼자 가는 먼 집

 

당신...당신이란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음식도 없이 맨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딩신 이쁜 당신....,

당신이란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