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무청크림리조토,드라마 헝그리
계속 동치미 생각이 나는 게
이상했다.
어디서 곁들이 음식으로 나와도
여간해선 손이 안가는 음식이었는데..
결국 무를 샀고..
좀 둥글고 작고 암팡지게 생긴 동치미무 따로 있지만
근처에선 볼 수 가 없어서
여기서 가장 흔한 그냥 보통 무 다섯 개.
쪽파 1단, 마늘, 생강, 삭힌 고추, 소금,사과 2개.
배를 넣으면 좋으련만..
여기는 언제나 배가 별로 없다.
혹시나하고 몇 군데 마트를 돌아도 없어서
아쉽지만 사과를 넣었다.
소금을 뿌려 여섯 시간 정도 무를 절이고
나중에 무청과 쪽파도 살짝 절인다음 깨끗히 씻고
김치통에 무, 삭힌고추, 사과, 쪽파를 넣고
삭힌고춧물과 마늘+생강 갈아서 거른 물과 소금 다섯스푼을 잘 섞은 다음
생수 5리터쯤 부었을거다.
도쿄에서 일본무로 처음 만들어보는 동치미..
맛이 잘 들어줄지..자신이 없다.
일본무는 우리무 보다 물이 훨씬 많고 무른 편이어서
애당초 소금에 절이지 않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고..
냉장고에 자리가 없어
일단 빨래말리는 베란다에 내놓고 햇볕을 가려놓긴 했는데
과연 어떨지...그것도 자신이 없다.
서울에 버리고 온 김치냉장고 생각도 간절하고..
올 겨울 도쿄는 단 한 번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밖에서 돌아다니면 때때로 외투가 무겁게 느껴지는 정도.
올 겨울에 함박눈 구경은 아예 못할지도 모르겠다.
집안에 있으면 손발이 시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집 사정이고..
베란다에 그냥 놔두면
모처럼 만든 동치미가 식초가 되진 않을까...걱정하는데 남편이
-그러지말고 집안에 어디 보관하는 편이 낫지않겠나- 한다.
하하...
그렇게 정말 집안이 더 추운
이곳의 이상한 겨울,
동치미는 어떤 맛이 되려는지.
크기를 달리해서 두 통.
작은 거 부터 맛들면 먹고
큰 건 차차 냉장고 안에 자리를 만들어서 보관하겠다는 의지.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
+
이번엔 무청이 많아서 동치미에 반만 넣고
남은 무청으로는 갑자기 생각이 나서 리조토를 만들었다.
무청 크림 리조토.
보통 무청은 된장찌개에 넣어서 먹었지만
오늘은 리조토.
몇 년전에 프랑스요리를 주제로 한 일본드라마 헝그리(ハングリー)에서
무청크림소스 덮밥 만드는 걸 보고
한 번 만들어봐야지 종종 생각해왔는데...
늘 무청을 찌개에 퐁당 넣고 나면 생각나는 바람에
결국 오늘이 처음.
그리고 드라마에선 밥에 무청을 넣어 볶고
무청크림소스를 따로 만드는 방식이었지만
나는 그냥 리조토.
현미찹쌀밥은 볶으면 맛이 없어서 리조토가 낫다는 생각으로..
무청+무+생크림, 우유+육수+소금 후추...조리시간 20분정도.
무청을 잘게 썰고 (무도 조금 섞어서)
버터에 볶다가
육수(다시마물 또는 치킨스톡)를 자작하게 붓고
생크림 두 컵을 붓고 잠깐 끓여서 크림소스를 만든 다음.
밥을 넣고 소금 후추 샤샤샥~
이제...
샐러드용 시금치랑 모짜렐라치즈를 올려서~
드라마, 헝그리'에서...
채소 싫어하는 아이에게, 풀은 벌레나 먹는 거라는 아이에게
주인공 쉐프, 무카이 오사무(向井理)가 만들어 준 무청크림소스의 그 밥.
결국 이런 맛이 아니었겠어?
나 혼자 떠들며 잘 먹었다.
애들도 남편도 도무지 기억이 안난다고 하니 참나..
◆